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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어렵지 않은 실존주의 철학의 의미

『이방인』을 읽은 후 실존주의 철학에 대한 언급을 접했다면, 그 개념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실존주의는 인간의 존재와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으로, 본질보다 실존이 앞선다는 명제를 중심에 둔다.
이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목적이나 본질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인간은 주체로서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며 살아간다.
이 글에서는 실존주의의 의미와 이를 대표하는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실존주의 철학과 사르트르: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로서의 인간

실존주의는 인간의 주체성을 핵심으로 삼는다. 사물이나 세계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인간이 그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본질이 생겨난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구절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 '내'가 실존이고, '그'는 아직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대상이다.
반대로 '그'의 입장에서는 '그'가 실존이며 '내'가 대상이 된다. 이는 주체가 사물과 관계를 맺으며 의미를 형성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실존주의는 20세기 전후의 혼란 속에서 등장했다. 전쟁과 죽음 앞에서 기존의 가치가 무너지자, 인간은 외부에서 주어진 의미 대신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했다. 이는 인간이 자유롭다는 전제와 연결된다.
그러나 그 자유는 동시에 책임을 동반한다. 의미를 외부에서 찾을 수 없기에, 인간은 자신의 선택으로 삶을 정의해야 한다.

존재와 자유

사르트르와 자유의 운명

장-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다. 그는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명제로 유명하다. 인간은 동물이나 사물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본질이 없다. 개는 짖고, 새는 날지만, 인간은 무엇이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자유로움에 운명 지어졌다고 보았다. 이는 축복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자유는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그 선택의 무게를 온전히 인간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
내가 “귀엽다”고 느끼고 이름을 붙일 때, 고양이는 나에게 의미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나의 자아는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 구체화된다. 사물은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주체인 내가 의미를 덧붙이는 캔버스와 같다.

『이방인』과 실존주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실존주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준다. 그는 삶의 의미를 외부에서 강요받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재판에서도 그는 감정을 억지로 꾸미지 않고 자신의 실존에 충실하다.
사회가 요구하는 본질—슬픔이나 죄책감—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태도로 삶을 마주한다. 이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뫼르소는 자유로운 존재로서, 주어진 의미를 거부하고 자신의 실존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선택은 사회와 충돌하며 그를 파멸로 이끈다.

 

실존주의 철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이방인'은 어느 장소가 익숙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카뮈는 마치 자신이 글의 주인공 뫼르소에 들어가 독자의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주인공인 뫼르소가 어떤 인물인지 독자는 파악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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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 외에도 실존주의에는 여러 철학자가 있다. 쇠렌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개인의 실존과 신앙을 강조하며 실존주의의 기초를 닦았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존재 자체의 의미를 탐구하며 인간의 유한성을 논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실존의 문제를 다루었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주체성과 책임을 중시했다.

현실적 함의

실존주의의 현실적 함의

실존주의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사물을 마주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그 실체가 보인다. 바람은 그저 공기의 흐름이다. 내가 그것을 “시원하다”고 느낄 때, 바람은 나에게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실존주의는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설명한다. 우리는 매일 무수한 사물을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 일부에 주목하고 개성을 부여하며 자아를 형성한다.

실존주의를 어렵게만 여길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인간이 자유롭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의미는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진다.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우리는 각자의 실존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간다. 그 과정이 곧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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