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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핀천의 《Vineland》: 반문화 쇠퇴와 레이건 시대 억압의 서사

토머스 핀천의 바인랜드(Vineland )는 시간 여행 같은 소설이다.
1984년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1960년대 미국을 휩쓴 자유와 반항의 물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 눈부셨던 이상이 닉슨(Nixon) 시대의 숨 막히는 억압, 그리고 레이건(Reagan) 시대의 "마약과의 전쟁 (War on Drugs) "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어떻게 충돌하고 스러졌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
핀천은 이 소설을 통해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개인의 삶에 새겨 보여준다.

 
바인랜드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토머스 핀천의 소설 『바인랜드』.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마흔아홉 번째 작품이다. 토머스 핀천이 《중력의 무지개》 이후 17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로, 미국 현대사의 대척점이라고 할 상징적인 두 시기인 1980년대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히피와 급진주의자 세대가 쇠락해가는 과정을
저자
토머스 핀천
출판
창비
출판일
2016.08.19

소설의 핵심 배경은 1960년대 반(反) 문화(counterculture)다. 평론가 앤디 베켓이 말했듯, 바인랜드는 "씻겨 내려간 60년대 급진주의자들에 관한 위대한 소설"이다. 소설 속 세계는 히피 (hippies) 들과 정부 요원들이 뒤얽힌 혼란 속에 놓여 있다.

바인랜드 60년대 이상과 80년대 현실의 충돌 상징 이미지

주인공 프레네시 게이츠 (Frenesi Gates)는 학생 시위와 반란의 시대를 살아낸 열정적인 반항아였지만, 결국 동료들을 배신하고 FBI 요원 브록 본드 (Brock Vond)와 결탁하게 된다.
그녀의 몰락은 시대의 비극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히피와 마약 흡연자들이 세운 독립 국가 The People's Republic of Rock and Roll (PR³) 역시 당시의 광기와 자유를 동시에 상징한다.

 

 

그러나 소설의 현재 시점인 1984년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로널드 레이건 (Ronald Reagan)이 재선에 성공하며 우익 자본주의 (right-wing capitalism)가 정점을 찍던 시대.
핀천은 닉슨에서 레이건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흐름에 대해, "억압은 권력자의 이름과 무관하게 더 넓고 깊게 퍼졌다 (repression continued, broader, deeper, more stealthy regardless of who was President) "고 통렬히 비판한다.레이건 시대의 "국가 약물 히스테리 (national drug hysteria) "는 소설 전반을 지배하며, 브록 본드 같은 인물은 강압적 권력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핀천은 '약물 없는 미국 (Drug-Free America) '을 외치는 정부의 위선, 그리고 CIA가 실제로는 마약 공급의 배후였다는 아이러니를 서늘하게 드러낸다.

1960년대 반문화 운동은 레이건 시대를 거치며 처참하게 변질된다. 혁명은 상업주의에 포섭되고, 반항은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약물"에 의해 무력화된다. 프레리 (Prairie)의 남자친구 아이제아 투 포 (Isaiah Two Four)는 이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당신네 세대의 가장 큰 문제는 혁명을 믿고 모든 걸 바쳤지만, '튜브 (the Tube, TV를 가리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안적 미국이 텔레비전 앞에 값싸게 팔려 나갔다고 비판한다.

1980년대 미국 억압과 통제를 상징하는 오래된 텔레비전과 감시 카메라

이 시대적 충돌은 인물들의 삶을 산산조각 낸다. 과거 급진적 삶을 버리고 은둔한 조이드 휠러 (Zoyd Wheeler)는 레이건 시대 정부의 추적을 받는다.
그의 딸 프레리는 어머니 프레네시의 과거를 파헤치며, 60년대의 열정과 80년대의 냉혹한 현실 사이의 절망적 간극을 체감한다. 혁명가였던 프레네시는 정부 요원과의 관계 속에 타락했고, 그 과거는 프레리의 현재를 어둡게 지배한다.

바인랜드는 1960년대의 이상이 레이건 시대의 억압과 대중문화 앞에서 어떻게 꺾이고 소멸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핀천은 미국 사회의 변화를 신랄하게 분석하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는 공동체, 개인주의, 가족 같은 작지만 강인한 가치들이 여전히 권력에 맞서는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제시하며 소설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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