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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이 아닌 간이역에서 내린 인물에 관한 소설 면도날

%@#$@ 2021. 12. 27.

서머싯 몸의 소설 '면도날'은 보장된 안정된 삶의 괘도에서 내린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헤맨다. 마치 고행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서머싯
면도날

소설 면도날

빈둥거림

누가 나에겐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거를 가장 잘한다고. 이 대답을 들은 사람 대부분이 그게 뭐야 하며 헛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그사람 자신 역시 빈둥거리는 것을 잘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하루를 빈둥거리는 것은 마음 편하다. 뭐 2-3일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이 정도는 주변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나고 1달, 1년을 하릴없이 빈둥거린다면 그게 쉬울 것 같은가? 천만에 빈둥거리더라도 무언가를 하려고 고민하고 걱정할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그를 압박할 것이다.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주변의 시선보다 자신이 못 참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한 곳에 고여서 비주류가 돼버린 자신을 많은 사람들이 타는 열차를 아침 일찍 타길 원할 것이다. 한 구석에 고립되어 있는 자신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외톨이가 되기 싫은 것이다.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인 인물은 빈둥대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자도 말로는 빈둥댄다고 하지만 자신이 가진 의문의 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답을 갈구하는 초인 지망생이다.

 

그는 어쩌면 생전에 답을 찾을 수없는 문제를 붙들고 고민을 한다. 얼마나 힘든지는 싯다르타를 생각하면 된다. 이 초인과 비교할 만한 인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소설 면도날 줄거리

작가 서머싯 몸은 간결하지만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문장을 자랑한다. 1944년에 발표한 '면도날'은 1차 대전이 끝나고 대공황이 일어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엔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중엔 작가 서머싯 몸 본인을 실제 모델로 해서 가상의 인물처럼 등장시킨다. 그는 소설 속에서 화자가 되어 내용을 풀어가거나 이웃이나 친구로 등장한다.

 

가상인물처럼 등장시키지만 그는 이야기 속에 자신의 고민이나 생각 등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주인공 래리

주인공인 래리는 종착지가 정해져 있는 기차에 몸을 실은 인물이었다. 그가 잘 운행되는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그는 그다지 굴곡이 크지 않은 안정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부유한 후원자, 예쁜 여자 친구, 안정된 위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안정된 삶이 보장된 궤적에서 뛰어내려 레일조차 깔리지 않은 황무지로 향한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행동하게 했을까? 그는 어느 날 일어난 비극으로 살아오면서 배우고 가슴에 지녔던 지식이나 사상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심은 불신이 되어 그를 길이 없는 황무지가 있는 세상속으로 내몬다.그는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 등지를 떠돌며 해답을 갈구한다.

주변 인물

주변 인물은 여럿이다. 엘리엇, 이자벨, 수잔, 소피, 그레이 등이 나온다. 현실주의자, 속물주의, 시인 그리고 치열한 삶을 사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소설에선 비판적으로 다룰 인물을 이 소설에선 그렇게 다루지 않는다. 이자벨, 엘리엇이 그런 인물이다.

 

엘리엇은 허영에 찌든 인물이지만 엘리엇을 삶을 내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자벨은 악인도 선인도 아닌다. 그저 주어진 생을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그는 헛꿈을 꾸는 래리를 달래려다가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아 그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현명한 여인이다.

 

나는 이 여인을 보면서 '면도날'을 생각했다. 그녀는 다른 여인을 비극적으로 몰아간 인물이지만 한편으론 삶이 그녀를 아름답게 한다. 그녀는 손에 면도날을 들고 있다. 면도날의 쓰임새는 그녀의 마음에 달렸다.


글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가독성도 쉽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읽으면 된다. 그리고 굳이 '면도날'의 의미를 찾을 필요도 없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책 속에 답이 숨겨 있지 않다. 그냥 편하게 읽다 보면 무언가 남는 게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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