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갉아먹는 두려움을 보여주는 소설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미래에 일어난 전쟁으로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에 관한 소설이다. 소년들로만 구성된 이 소설은 이들이 문명에서 괴리된 무인도에서 본능만으로 우선시 하면 어떻게 변하는 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파리대왕
두려움과 본능
가끔 눈가를 스치며 떨어지는 먼지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질 때가 있다. 정체를 안 후엔 그냥 한숨을 쉬곤 말지만 놀란 심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뻔히 정체를 아는데도 말이다. 그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를 본다면 어떻겠는가. 정체불명의 그림자를 볼 땐 괜히 찝찝하다.
벌레가 지나갔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눈에 이상이 있는 거 아냐..라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한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정체불명의 그림자를 본다면 어떨까? 소름끼치는 두려움이 온몸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리고 머리에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저걸 잡아?.. 설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생각하겠다. 대부분 도망치자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무엇으로부터? 무지의 대상으로부터. 인간은 낯섦을 두려워하고 거부한다. 그래서 기업들도 신제품을 낼 때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중에 익숙해지게 조금씩 변화를 주며 대중에게 다가간다. 한데 갑자기 탈출할 수도 없는 곳에서 정체불명의 대상을 만난다면, 그것을 피해 생존하고픈 욕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인간에게 가장 강한 욕구는 식욕? 성욕?...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강하다. 살면서 가끔 착각하는 게 삶을 이어가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겨 생존의 욕구를 인간들은 망각한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길에서 낯선 그림자를 마주친 순간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생존의 욕구다. 오늘 소개할 책에서도 정체불명의 그림자를 발견한 인간들의 형태를 보여준다. 과연 작가는 인간을 어떤 대상으로 표현했을까?
파리대왕 줄거리
미래의 핵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파리대왕'은 1954년에 윌리엄 골딩이 발표한 소설이다. 골딩은 이 소설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표류기 형태인데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소설인데 이점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이 소설은 전쟁을 피해 피난을 가다 무인도에서 몇몇 소년들이 생존해가는 이야기다. 처음엔 대장을 뽑을 때 나름 투표로 선출한다.
하지만 생존하는 도중 시행착오가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소년들의 세력이 갈라진다. 이때 질서(어른)가 사라진 세상에서 욕망에 충실한 소년들이 등장하고, 점차 섬의 질서 즉 소년들 간의 서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기본적으로 악한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인간이 이성보다 본능을 우선시하는 야만인으로 변해가는 양상을 이야기하려 한 것 같다.
파리 대왕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구성은 흡사 조지 오월의 동물농장과 유사하다. 민주적 지도자, 독재자, 배신자, 전사, 무능한 지식인, 피동적인 소시민, 선지자 등이 섬의 소년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생존 욕구를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제목인 '파리대왕'도 정체불명의 그림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촉발된 생존 욕구를 비유적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 같다. 파리대왕은 악마 벨제붑의 다른 이름이다. 소년들의 마음에 생긴 두려움이 악마를 키운 것이다.
소설 초반은 약간 지루하다. 그리고 고전 소설이라서 익숙지 않은 단어도 나온다. 그래서 책 초반에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생각보단 재밌다. 그리고 책 속에 담긴 은유를 나만의 생각으로 추측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제목만 보고 괴기소설이라 생각하지 말고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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