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게 얽힌 실타래를 보여주는 영화 동사서독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은 이리저리 어지럽게 얽힌 관계를 이야기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애정과 연민 그리고 증오 등에 휩쓸린 이들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엉망으로 얽힌 실타래 같은 감정들을 해결해 나가는 지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동사서독

왕가위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

서랍 속의 실뭉치

서랍을 뒤지다가 이리저리 멋대로 뭉쳐진 실뭉치를 발견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실뭉치를 엄지와 검지만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책상 위에 놓았다. 이게 언제부터 서랍에 있었는지 가늠도 안 된다. 묻은 먼지를 적당히 털어내고 엉킨 실을 풀어보려 이리저리 당겨 보았다.

 

하지만 가느다란 실이 제멋대로 엉켜있어 맘대로 되질 않는다. 고개를 숙여 좀 더 신중하게 실의 흩어진 부분을 찾으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짜증만 나고 혈압이 오른다. 짜증에 서랍을 뒤져 칼을 가져와 엉킨 부분을 잘라내고 또 잘라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보기 싫게 풀어헤쳐진 지저분한 실부스러기만 책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동사서독 배경설명

1994년에 개봉한 '동사서독'은 왕가위감독이 고생 끝에 완성한 영화이다. 예산 부족이나 배우의 스캔들, 감독의 태도 문제 등으로 만들어지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던 영화다. 이 영화는 중국 무협소설의 대가인 김용의 사조영웅전의 프리퀄이다. 왕가위 감독이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의 과거 이야기를 그의 상상으로 꾸며낸 영화다.

 

영화 제목이나 설정을 보면 액션이 난무하는 무협영화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이다. 연인을 향한 그리움이나 등장인물 간의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왕가위 특유의 미장센이 범벅된 무협 멜로 영화다. 그러니 동사서독에서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진 말길 바란다.

 

동사서독 등장인물

등장인물들은 그 당시 홍콩에서 잘나가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나온다. 말 그대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장국영, 양조위, 양가휘 등이 나온다. 영화는 옴니버스의 형태지만 주로 서독 구양봉에 의해서 이어진다. 구양봉은 사막 한가운데서 살인청부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는 과거의 사랑을 잊기 위해 도망쳤지만 아직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물로 나온다.

 

이 영화에서 구양봉 즉 장국영의 심리가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다. 그리고 장국영의 연기는 이를 보는 사람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리고 동사 황약사는 양가휘가 맡았는데, 동사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나온다. 그는 자기가 기억하길 원하는 것만 남기곤 나머지를 망각하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욕망에 철저할 정도로 충실한 인물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조위는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맹인 검사인 맹무살수로 나온다. 그의 고독하고 우울한 눈빛 연기는 언제 봐도 멋있다. 임청하나 장학우, 유가령 등도 부족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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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번 말하지만 화끈한 액션 연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기대를 버리기 바란다. 사람이 난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은 복잡한 감정을 왕가위 특유의 비유와 은유로 풀어내는 묵직한 영화다. 오래된 영화지만 2013년에 새로 리덕션 됐으니 안 본 분이 있다면 한번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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